정부 야심작 '밸류업 ETF'…기아·셀트리온 등 포함 유력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연내 출시를 추진 중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시장 전문가 등이 모여 기업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한데 모을 예정이라서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내에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지수 추종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기아, 셀트리온 등 예상

27일 한국경제신문과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 ETF에 들어갈 만한 유력 후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기아, 셀트리온,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코프로비엠, 메리츠금융지주 등이 꼽혔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원조 격인 일본 JPX프라임150지수 구성 기준을 유가증권시장 종목에 적용해 시뮬레이션(모의실험)한 결과다.

일본 도쿄거래소의 JPX프라임150지수는 한국 유가증권시장에 해당하는 프라임마켓의 시총 상위 500기업 중 150곳을 선정해 구성했다. 이 중 절반인 75곳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8% 이상이면서 자본수익률이 ‘플러스’인 기업이다. 나머지 75곳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 일정 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을 유지한 기업을 담았다.

유가증권시장에 같은 기준을 일괄 적용하면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원텍, 에코프로에이치엔 등이 ROE 기준을 충족한다. 모두 ROE 40% 이상인 종목이다. 기아(21.7%), 메리츠금융지주(2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21.5%) 등도 ROE 기준에 부합한다.

시가총액과 PBR 등을 기준으로 하면 에코프로비엠(16.19배), 삼성바이오로직스(6.07배), 셀트리온(5.86배), 크래프톤(1.85배) 등이 거론된다.

일본 전례를 그대로 따른다면 지수 내 비중은 PBR 1.4배, ROE 9.3%인 삼성전자가 가장 유력하다.

“가치 제고 기대 기업도 포함”

한국거래소는 자산운용사, 기관투자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종 시뮬레이션을 돌려 종목을 추릴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현재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 외에도 앞으로 기업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을 함께 섞어 지수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몇 종목으로 구성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위는 첫해엔 PBR, ROE, 자기자본비용,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주요 기준으로 쓴다는 방침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2년 차가 될 내년부터는 기업 밸류업 우수 표창을 받은 기업을 우선 포함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출시 초반부터 두드러진 모습을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JPX프라임150지수를 봐도 그렇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아이프리 JPX프라임150 ETF’는 지난달 24일 상장 이후 이날까지 4.8% 올랐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와 토픽스지수가 각각 7.56%, 5.24%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률을 밑돈다.

하지만 일본 전문가들은 시장 자극 효과를 의미 있게 보는 분위기다.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기업에 자극을 줘 기업 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했다는 얘기다. 일본 시총 1위 기업인 도요타자동차가 그런 예다. 기업가치 창출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JPX프라임150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그러자 도요타는 지난해 11월 1000억엔어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놨다. 이달 기준 도요타의 PBR은 1.48배로 올랐다.

선한결/전효성 기자 always@hankyung.com